20050530 Saddleback Memorial Half
2005년 5월 30일 Saddleback Memorial Half Marathon 대회 참가 후기
Saddleback Memorial Half Marathon & 5K
5/30/2005 - Laguna Hills, CA
Half Marathon - 13.109 miles (21.097 kilometers)
대회 2주 전 일요일 Griffith 공원에서 처음으로 두 시간을 쉬지 않고 달려보았다. 속도나 거리에 신경을 쓰지 않고 조깅을 하듯 천천히 달렸다. 두 시간을 쉬지 않고 물을 마시지도 않고 달려냈기 때문에 이 정도면 하프는 그렇게 어렵지 않을 것 같다고, 조금 자신만만해졌다.
하지만 대회일이 다가올수록 잘 해낼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이 커지기 시작했다. Laguna Hills라는 도시 이름이 말해주듯 언덕진 코스라는 점이 두 시간안으로 들어오는데 장애가 될 것 같았고 새벽에 일어나 한 시간여를 운전하고 가야한다는 것도 부담스러웠다. 무엇보다도 21.097 Km를 뛰어낼 수 있을까가 가장 큰 염려였다.
이런 저런 걱정으로 긴장을 해서인지 전날 잠자리도 편하지 않았다. 네 시간 남짓 잔 것 같다. 자명종 소리에 어렵게 일어나서 바나나와 파워바로 아침을 먹었다. 선크림을 바르고 준비물을 다시 한 번 챙긴 후 조금 늦은 시간에 집을 나섰다.

대회에서 안내해준 시간보다 10여분 늦게 주자창에 도착했다. 서둘러 준비를 하고 달리기 차림으로 대회장에 걸어나오니 새벽 공기가 약간 쌀쌀했다. 번호표와 기록측정 Chip을 받고 간이화장실을 다녀왔다.
페이스에 맞는 출발지점을 찾아서야 이 대회 참여인원이 엄청나다는 것을 알았다. 5Km나 10Km를 병행하는 것이 아니었기때문에 같이 서 있는 그들 모두가 하프를 뛰는 것이었다. 지난 번 10Km 대회 참여자는 손으로 꼽을 정도였는데 하프를 뛰고자 하는 사람들이 무척이나 많다는 것에 고무되었다.
대회 시작지인 쇼핑몰을 벗어나니 이내 완만한 언덕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곧 내리막으로 연결되고 언덕과 언덕 사이에 평지가 있어서 5마일을 지날 때까지는 오르막길을 여러번 만났지만 그렇게 어렵다는 느낌이 없었다. 오히려 5마일 지점까지는 주변 경관도 보고 같이 달리는 사람들을 구경(?)하느라 거리를 거의 의식하지도 않았다.
초반이어서 그런지 두 세명씩 팀을 이루어서 달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가벼운 대화를 주고 받는 사람들도 있었고 주위사람이 다 들을 수 있게 크게 소리내어 얘기를 나누는 사람들도 있었다. 달리면서는 숨고르기도 힘들어하는 나는 그들의 체력에 감탄했다.
3마일이 안 되었던 지점같은데 한 남자가 맨발로 달려나갔다. 단단한 몸매의 사람이었다. 맨발로 달려도 괜찮기에 달리는 것이겠지…
(얼마전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이 사람의 간단한 대회 후기를 발견했다. 40대 후반의 이 Barefoot Guy는 1:38:27 기록을 냈다고 한다. 그 다음 주의 샌디에고 마라톤을 앞두고 비교적 편안하게 하프를 달린 것이라고 한다. 샌디에고 마라톤도 맨발로 뛰었을까? 쿠션, 모션 컨트롤, Gel등 각종 기능이 보완된 운동화를 신고서도 부상을 염려하는 나로서는 딴세계 일같았다.)
물은 처음부터 열심히 마셔두었다. 급수대가 자주 있는 것을 알게 된 후 불안감이 한결 가시었지만 그래도 처음부터 열심히 마셨다. 몇 마일을 지나서는 게토레이도 같이 건네주길래 그것도 열심히 마셨다.
내리막길을 달려 7마일 지점에서 급한 우회전을 한다. 그 때까지의 기록이 좋아서 조금 의기양양해졌다. 하지만 2마일 정도를 더 달리니 완만한 언덕에 조금씩 지쳐간 다리가 반란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보폭이 좁아지고 속도도 많이 느려졌다. 사람들이 마구 나를 지나가기 시작했다. 계속되는 오르막이 힘든 이유도 있지만 아무래도 초반에 무리했나보다. 아, 이래서 페이스 조절이 중요한 것이구나라고 깨닫는다.
10마일에서 11마일사이에서는 몇몇 사람들이 걷기 시작한다. 햇살은 강해지고 언덕의 경사는 더 심해졌다. 그래도 걷지는 말자는 다짐을 하고 경사가 급한 언덕을 넘어냈다.
그 언덕을 넘어내면 조금 더 쉬울 줄 알았던 코스가 내내 오르막이다. 급한 경사는 아니었지만 약간의 내리막을 기대했던 나로서는 무척 원망스러웠다. 순간 두 시간안에 못 들어갈 것라는 두려움이 들었다.
“아까 멈춰서 키스한 커플 아닌가요?” 발랄한 여자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온다. 조금 전에 패스한 한 커플에게 말을 거는 것 같았다. ”네. 맞아요. 그냥 쉬었다가는 것 보다 키스라도 하면 기운이 날 것 같아서…” 라는 웃음섞인 대답이 들린다. 키스 브레이크라… 대회 내내 같이 달리는 커플의 다정함과 편하게 말을 걸어 서로를 북돋아주는 여자의 사근함이 나의 두려움까지 조금 잠재운다. 그래. 조금만 더 힘을 내자.
드디어 12마일을 지났다. 종료가 가까운 지점이어서 그런지 같이 달리는 사람들도 이젠 거의 없다. 내 발걸음은 여전히 무거운데 갑자기 유모차를 끈 한 남자가 나를 지나간다. 경외감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한참을 달려가니 사람들의 응원소리가 들린다. 이미 달리기를 마친 주자들도 나와서 격려를 해 주었다. 계속되는 오르막은 나의 의지를 꺾고 걸으라는 유혹의 목소리를 높여갔다. 걷고만 싶었다. 하프가 이렇게 힘드니 마라톤은 어쩌면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정말 가까워져갔다. 대회 현수막이 보이고 사람들은 응원를 멈추지 않았다. 100m를 앞두고서도 오르막은 계속되고 경사는 더 심해졌지만 거의 다 왔다는 생각에 무척이나 기뻤다. 대회 지정 사진기자가 내 사진을 찍는 것이 보였다.
10초 정도 앞에 들어가는 사람의 배번을 보고서 진행인이 ‘어디출신 누구’라고 이름을 불러준다. 곧 내 이름도 방송을 타겠지라며 기대를 했더니 그냥 넘어가버린다. 아마 발음이 어려웠나보다. 하지만 상관없이 기록 매트를 밟고 달리기를 끝냈다. 1시간 54분 56초! 두 시간안으로 해냈다!
후반부에는 속도를 제대로 낼 수가 없어 힘든 경기이긴 했지만 그래도 결과에 만족하기로 했다. 언덕이 많이 진 코스를 걷지 않고 달렸고 두시간안에 끝낸다는 목표도 이루었기 때문이다. 마라톤을 못 할 것이라는 한순간의 회의도 지워버리기도 했다. 계획을 세워서 열심히 훈련을 계속하면 가능할 것 같았다.
Saddleback Memorial Half Marathon
Elevations:
Start 354’
Mile 1 354’
Mile 2 376’
Mile 3 259’
Mile 4 306’
Mile 5 176’
Mile 6 154’
Mile 7 142’
Mile 8 154’
Mile 9 183’
Mile 10 159’
Mile 11 305’
Mile 12 293’
Mile 13 274’
Finish 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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